저는 어렸을 때 성격이 좀 모질었습니다. 뭐든지 내 맘대로 되지 않으면 참아내지 못했어요. 그래서 늘 얼굴이 경직되어 있었고 웃음도 없었습니다. 거울을 보고 아무리 연습을 해도 활짝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만큼 몸과 마음이 경직되어 있었던 거죠. 그러던 소년이 지금은 늘 활짝 웃습니다. 웃음은 저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어요. 명상을 통해서 마음과 존재의 이치를 알게 되면서 한순간에 풀렸습니다. 때로는 새로운 이치에 눈을 뜨고 며칠을 웃고 다닌 적도 있었습니다. 명상에는 이렇게 한순간에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21세기는 영성의 시대입니다. 그것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이런 시대에 살게 된 것을 크게 기뻐해야 합니다. 달라이 라마가 얘기했듯이 종교의 시대는 20세기에 막을 내렸습니다. 기존의 전통 종교는 지금처럼 의식이 상승한 인류의 문제를 더 이상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인류는 신과 종교에 매달리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 있는 영성을 활짝 피워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습니다. 기술 변화의 폭과 속도가 너무 커서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내 일자리가 사라질까 하는 불안과 초조, 강박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주가는 매일같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수많은 사람들은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갑니다. 최근 인터뷰에서 일론 머스크는 10년 안에 AI와 인간의 갭이, 인간과 침팬지의 갭을 넘어설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인류의 미래가 누구의 손에 좌지우지될지 불 보듯 뻔합니다. 인간이 이 지구상에서 소외될 위기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우려스럽습니다.
독일 철학자 포이어바흐는 ‘인간이 우리 안에 있는 사랑과 자유, 지극한 행복 같은 본성을 투사해 ‘신’을 만들고 그를 섬기기 시작하면서 스스로를 소외시켰다’라고 단언했습니다. 그리고 3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다시 인류의 모든 지혜를 데이터센터에 몰아넣고 AI에게 전지전능의 신격을 부여하고 있지 않은지 반문해 봐야 합니다. 새로운 AI 문명의 시기에 자칫 기술에 종속된 인간의 삶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기술은 한편으로 물질적 풍요로움을 가져올 수 있지만, 동시에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여전히 결핍되고 소외될 것입니다.
AI 시대에 소외된 삶을 살 것인지 깊은 의식을 가지고 참된 자기의 삶을 살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물질 중심의 삶을 살아왔지만, 새로운 시대의 삶의 양태는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특히, 잉여 시간과 경험의 질이 새로운 가치의 중심에 서게 될 것입니다. 그 잉여 시간을 창조적 삶의 장으로 끌고 갈 시금석은 바로 ‘마음의 힘’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마음의 힘을 키울 수 있을까요? 과거에는 스승을 찾아 섬기고 지식을 쌓는 데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철저히 내 안으로 들어가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통찰하는 시대입니다. 내 마음이 열리면 도처가 수행처이고 도처에 스승이 넘쳐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빛을 내 안으로 돌려서 직시하는 힘을 ‘회광반조(回光返照)’라고 합니다. 이런 수행이 일상에서 삶의 태도가 된다면, 우리는 새로운 문명의 시대에서 소외되지 않고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가 중요합니다. 하나는 자신의 마음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이고 또 하나는 진리에 대한 탐구심을 키우는 것입니다. 그래야 내 마음이 방황하지 않도록 고삐를 틀어쥘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음을 잡는 방법은 라이프스타일로서의 리트릿 (Retreat)입니다. 리트릿을 위해 특별한 장소를 찾을 필요도 없고 일 년에 몇 번 하는 이벤트가 되어서도 안 됩니다. 일상에서 내 마음을 관찰하고, 그 안에 온전히 머무를 수 있다면 그 순간이 훌륭한 리트릿이 되는 것입니다. 출근하는 시간, 차 한잔하는 시간, 퇴근하는 시간이 리트릿의 성소가 될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고요하게 머무는 힘과 지혜가 있는 인간을 AI가 감히 흉내나마 낼 수 있을까요? AI에 압도되지 않는, 인간으로서의 자유, 존엄, 지고한 삶은 우리가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권리입니다. 새로운 창조의 시대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C.E.O James Roh (노상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