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성 : 성숙의 향기

By CARROT 4 min read
취약성 : 성숙의 향기

우리는 어려서부터 정답을 찾아서 오랜 시간을 헤매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적 정답을 강요받고 강박적으로 타인과 경쟁하며 스스로 상대적 삶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 깊은 곳에는 늘 긴장과 열등감, 수치심이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시대를 정신없이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자리 잡은 공통의 무의식일지도 모릅니다. 저 또한 이런 고통과 긴장에서 벗어나기까지는 참 오랜 성찰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자신의 불완전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노출하고 불확실성을 마주하는 것을 ‘취약성(Vulnerability)’이라고 부릅니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는 이 취약성을 나약함이나 결핍, 혹은 감추어야 할 부끄러움으로 여겨왔습니다. 특히나 완벽한 몇 장의 사진으로 점철되는 SNS 세상에 자신의 부족함이나 상처를 드러내는 것은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처럼 보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내가 언제든 상처받을 수 있는 연약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드러내는 순간, 역설적으로 타인과의 진정한 연결, 내적 자유감, 그리고 삶에 대한 몰입이 시작됩니다. 취약성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완벽해 보이려는 가면을 벗고 가식 없는 온전한 모습으로 서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 길이 쉽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취약성을 깊이 들여다보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를 마주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언제 두려움을 느끼는지, 어떤 상황에서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그는지 알아차릴 때 비로소 진짜 내 모습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렇게 내가 나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존재임을 인정할 때, 상처 받고 흔들리는 것이야말로 모든 인간의 공통된 조건임을 깨닫게 됩니다. 내 안의 연약함을 품어본 사람만이 타인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고 타인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며 가슴을 내어줄 수 있습니다.

종국적으로 자신의 취약성을 명확히 알고 이를 세상에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자유’, 즉 에고(Ego)라는 감옥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상처받지 않는 완벽한 나’, ‘언제나 옳고 유능한 나’라는 거짓된 자아의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지켜내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씁니다. 타인의 비판에 전전긍긍하고, 실패를 두려워하며, 주변의 평가에 휘둘리는 삶은 사실 에고가 만든 감옥에 갇힌 상태와 같습니다. 취약함을 고백하고 드러내는 것은 이 에고의 파수꾼에게 ‘이제 굳게 닫힌 철문을 열라!’라고 명령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자유로움 속에서 비로소 우리는 조건 없는 삶의 진짜 아름다움과 마주하게 됩니다. 삶이라는 불확실성이 역동적인 창조의 과정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리더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를 모든 문제에서 구원해줄 ‘영웅’의 시대는 가고 이제는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하며 구성원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성숙한 리더십’이 조직의 심리적 안정감과 혁신을 이끄는 시대입니다. 자신의 나약함을 세상에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 나약함이 결코 자신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깊은 내적 확신이기도 합니다. 높은 수준의 자기 통합과 성숙이 뒷받침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AI 시대 자신의 삶에 대한 온전한 주인으로서 기능할 수 있습니다.


C.E.O James Roh (노상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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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때, 비로소 나는 변화할 수 있다 _ 칼 로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