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플럼빌리지에 갔는가? “I am Home”

발 밑에...숨결 위에...혀 끝에 온전히 느낌을 집중하는 순간, 우리는 일상의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 순간 '온전한 나'를 움켜쥘 수 있고, 무한한 나를 발견할 수도 있다.

By CARROT 3 min read
나는 왜 플럼빌리지에 갔는가? “I am Home”

남프랑스 보르도의 겨울은 온화했다. 지선열차를 타고 레드와인 빈티지의 대명사인 생떼밀리옹(St-Emilion)을 지나 도착한 생장역(St-Jean)은 여느 시골 기차역처럼 동양에서 온 이방인에게는 낯설게만 느껴졌다. 내가 보르도를 찾아간 이유는 와인을 알기 전부터 마음속에 간직해온 플럼빌리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플럼빌리지는 틱낫한 스님이 40년 전 개척한 Mindfulness(알아차림) 명상공동체다스님은 종교가 일상에서 살아 숨쉬지 않는다면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고, '생활종교'를 주창하면서 이곳에 공동체를 수립했다. 오늘의 플럼빌리지는 몇 개의 마을로 이루어져 있으며, 성수기에는 전세계에서 수 천명씩 모여드는 정신수련의 메카가 되었다.

내가 경험한 플럼빌리지는 한마디로 '자유'이다.

여기서 만난 사람들은 상당수가 30-40대 젊은이들이었고,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찾고 갈구하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가르치려 하지 않고, 주려고 하지도 않는다. 부처님의 설법같은 것은 없다. 그런 심오한 프로그램 자체가 없다. 단지 몇 가지 일상의 리츄얼(약속된 것)을 통해서 스스로 '만큼'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온전히 자신이 되는 시간이다. 이것이 핵심이었다.

첫째는 종소리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종소리를 들으면 멈춰서 3번의 호흡을 한다. 그 순간 온전히 들숨과 날숨을 알아채고 집중해야 한다. 둘째는 걷기명상이다. 매일 오후 2시에 모여 산책길을 걷는다(Slow Walking). 이때 매 발자국마다 ‘지금 여기 있음’을 온 몸의 감각을 통해서 느끼는 것이다. 셋째는 침묵 식사다. 매 식사는 20분간 침묵이며, 자리를 뜨지 않는다. 침묵의 시간이 끝나면 즐겁게 대화하며 웃으며 식사를 즐긴다. 그 어떤 것도 강요는 없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지키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이런 리츄얼을 쉽게 응용할 수 있다. 시계 알람이나 전화 벨소리로 종을 대신할 수 있고, 일하다 잠깐 휴식하는 동안에는 slow walking을 해볼 수도 있다. 간식을 먹거나 식사할 때 하루에 한번만이라도 자신의 감각에 온 몸과 마음을 맡겨보자. 이러한 노력은 알아차림(Mindfulness)을 민감하게 유지하고 마음을 챙기는데 강력한 도구가 된다.

발 밑에...숨결 위에...혀 끝에 온전히 느낌을 집중하는 순간, 우리는 일상의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 순간 '온전한 나'를 움켜쥘 수 있고, 무한한 나를 발견할 수도 있다.

                                                 C.E.O James Roh (노상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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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thing In, I am aware that I am breathing in. Breathing out, I am aware that I am breathing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