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X인터내셔널의 해외주재원 관리 ]

영국 출신의 세계적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은 공급자 중심으로, 극단적으로 효율화된 모더니즘 건축 기조를 비판하며, 좋은 건물은 실제로 이 건물과 살아가야 하는 이의 경험을 중점에 두고 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건물이 병원이라면 치료받는 환자에 중점을 두어야 하며, 교도소라면 사회로 재범의 우려 없이 무사히 복귀할 수감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땅에서 최소한의 금액으로 몇 평이나 확보할 수 있을까?’를 물어서는 아니 되며 ‘무엇이 효과적일까?’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외인사 담당자는 주재원을 위한 인사 제도를 설계하는 건축가이다. 튼튼한 건물 안에서 주재원이 안정적으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적시에 보수를 진행해 주는 것이 해외인사 담당자의 역할일 것이다. 하지만 처음 해외인사 업무를 담당하다 보면, 세계 각지에서 밀려오는 질문과 요청, 돌발 상황에 당황하게 된다. 그럴싸한 제도를 만들어보겠다는 처음의 다짐이 무색하게도 시시각각 쏟아지는 이슈에 지쳐버리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될 경우 지역별/개인별 특수성을 고려하기보다는 ‘Simple is the Best’를 과신하며 틀에 벗어나는 주재원을 골치 아픈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필자 역시 회사의 기존 제도와 타협하며 모든 주재원을 틀 안에 담아두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4~5년간의 급박한 변화들(코로나19, 러-우 전쟁, 국제 무역 질서 재편 등)을 겪으며, 본사의 해외인사 담당자 역시 주재원과 함께 뛰어야 하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다.

필자가 근무하는 LX인터내셔널은 트레이딩에서 사업 개발, 투자에 이르기까지 Value Chain 전 영역에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종합사업회사이다. 전체 직원 중 주재원의 비율이 25%에 육박할 정도로 주재원의 숫자가 많기 때문에, 주재원의 Global 역량 함양과 인사 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족하지만 LX인터내셔널이 주재원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B.U.I.L.D 5가지 키워드로 공유해 드리고자 한다.

➊ Benefit (국내 Top 수준의 주재원 보상)

LX인터내셔널은 Mercer 데이터를 기초 자료로 하여 주재원의 해외생계비, 주택비 등 제반 처우를 산정하고 있다. 직위/지역별로 단순하게 책정된 처우 테이블과는 달리, 본국과 주재지의 생활 수준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 연봉 구간별 적정 처우를 제시하는 Mercer 데이터는 그 정확성 측면에서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미주, 인도 등 일부 도시의 주택비가 폭등한 적이 있었는데, 기존의 주택비 테이블로는 감당이 되지 않았다. 이때 발 빠르게 지원 금액을 상향 조정하여 주재원의 불안을 해소한 경험이 있다. 주택, 의료, 교육 등 기본적인 생활영역에서는 주재원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➋ Utility (주재원의 멀티플레이어 化)

종합사업회사인 LX인터내셔널의 주재원은 광범위한 영역에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상대하는 고객과 사업 아이템이 다양하고, 지역을 넘나들며 활동하기 때문에 일당백의 정신으로 업무에 임하지 않으면 빠르게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서 생존할 수 없게 된다. 회사는 주재원이 현지에서 고립되지 않고 활동성을 높일 수 있도록 본사와 전 세계의 다른 법인-지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최근에는 조직 개편을 통해 해외 법인/지사의 성과 관리를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였는데, 해당 부서를 통해 주 단위로 개별 법인/지사의 활동성을 관리하고 있다. 다소 빡빡할 수도 있지만 주재원 개개인의 움직임이 회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재원이 정체되지 않도록 지속 관리해 나가고자 한다.

➌ Invest (아낌없는 투자)

주재원으로 선발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어학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모든 구성원은 주재원 파견 전 OPIc, TOEIC Speaking 등 말하기 시험에서 AL 등급을 획득하여야 한다. 다만 이를 주재원 개인의 책임으로만 맡겨 두지 않고, 어학 교육과 시험 응시 비용을 전액 지원함으로써 구성원 모두가 Global 사업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또한 사내외 직무 교육 전폭 지원 및 수시 출장, 단기 파견 활용 등을 통해 누구나 미래의 주재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➍ Look After (동반가족에 대한 돌봄)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주재원의 경우 동반 가족이 현지에 잘 정착해야만 업무에 몰입할 수 있다. 회사는 동반 배우자와 자녀의 왕복 항공비, 학자금, 의료비, 어학 교육 등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맞벌이로 인해 배우자가 동반하지 못하고 어린 자녀만 동반하게 된 주재원의 가족 범위를 부모님까지 확대해 줌으로써 주재원이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 적이 있다. 또한 단신 부임자에게는 본국에 남아 있는 가족에 대한 Care가 소홀하지 않도록 별도의 수당을 지원함으로써 주재원 및 가족 구성원 모두의 심리적 안정감을 제고하고 있다.

➎ Dynamic (역동적인 업무 환경)

LX인터내셔널의 최고 경쟁력 중 하나는 기민하고 역동적인 업무 환경이다. 전 세계의 모든 조직과 구성원은 슬랙, 팀즈, 사내 메신저 등을 통해 상시 소통하고 있고, 이는 복잡한 사업 환경 속에서 빠르게 행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특히 매주 월요일 아침 9시 (한국 시각 기준) 에는 전사 구성원이 참여하는 주간 미팅을 통해 전 조직의 업무 진행 현황을 상호 공유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주재원이 회사의 전략 방향을 놓치지 않고 힘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LX인터내셔널의 업무 수행 방식은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해외 인사 담당자의 하루는 주재원을 위한 건물을 짓는(Building) 것이다. ‘본사의 주재원’이라는 마음으로 주재원의 성과 창출과 생활 안정을 위해 함께 고민하여야 한다. 세계 각지의 이슈가 때론 버거울 수 있지만, 관심을 두고 해결해 나가다 보면 HR 내에서 해외인사만큼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분야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여러분 모두가 최고의 해외 인사 전문가로 거듭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