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전환

2022년 12월 1일을 기억하시나요? 바로 챗GPT가 등장하고 대중의 급격한 관심과 상용화, 확산이 단기간에 일어났던 그날, 불을 발견한 인류의 마음이 이런 것이었을까요? 팬데믹 이후 지속되는 불확실성, 디지털 전환, 세대 교체에 따른 인력 구성의 다변화, 그리고 생성형 AI로 대표 되는 새로운 기술의 일상화는 기업의 존재 방식과 경쟁 규칙의 근본적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CEO의 40%는 지금의 경영 방식을 유지할 경우 향후 10년 내 자사의 생존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 How : 생성형 AI는 리서치, 문서 작성, 코딩 등을 혁신하며, 단순 업무의 효율을 넘어 전략적 목표 달성의 여건을 마련합니다. AI가 단순 반복 업무를 덜어줌으로써 전략적 목표(고객만족 개선, 매출 증대, 혁신 촉진 등)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구조적 여건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AI는 업무의 속도 뿐만 아니라 방향을 바꾸고 있습니다.

• What : AI, 생명공학, 우주기술, 지속가능기술 등 이종 기술의 융합은 새로운 비즈니스 정의를 만들어냅니다.
• Who : 탁월한 개인 혹은 개별 기업이 성과를 이끌던 시대에서, 이제 성공의 방정식은 생태계(ecosystem) 기반 협력의 시대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기업 성과의 주체가 회사 내부에서 전체 네트워크와 협업하여 “ 혼자 빨리” 가 아닌 “ 함께 멀리” 가는 전략이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HR 관점의 전환 : Inside-out에서 Outside-in으로

기술 발전으로 반복 업무는 AI가 대체하고, 인간 고유의 사유, 전략적 사고, 감성 지능이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환 속에서, HR은 직원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성과를 관리하며 조직을 이끄는 핵심 기능으로 부상합니다.

이와 함께, HRBP(HR Business Partner)는 지원 기능을 넘어 전략적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HR의 진화된 모습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HRBP는 다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 전략적 비즈니스 파트너십 : 비전 실행 지원, 조직 내 정치적 문제 해결 등
• 인재 관리 및 조직 개발 : 조직 진단, 차세대 리더 육성, 비즈니스 인사이트 기반 HR 정책 개선 등
• 데이터 기반 디지털 HR : 직원 몰입도 분석, 핵심 매트릭스 관리 등

데이브 울리히(Dave Ulrich) 교수의 3대 HR 역할모델 (Shared Services, CoEs Centers of Expertise, HRBP Strategic HR Business Partners)에서 등장한 HRBP는 이제 국내외에서 전략 HR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기존의 정책 중심 운영(Inside-out)을 넘어, 비즈니스 과제와 고객 관점(Outside-in)에서 솔루션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K-컬처에 기반한 K-HRBP 모델이 필요할까요?

HRBP는 산업, 성장 단계, 조직 문화에 따라 다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뉘며, 현실에서는 이들의 하이브리드 모델이 많습니다.

1. C-Level 경영진과 직접 협업하며, 비즈니스 전략 수립과 의사결정에서 인재 관점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 비즈니스 성과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전략적 파트너형
• 토스(TOSS) : 담당 조직의 CHRO 역할, 채용부터 오프보딩까지 인사 전략 주도
• Amazon : 조직 효과성, 인력 계획, 인재 관리를 리더십 팀과 함께 실행
2. 인재의 채용, 개발, 유지, 성과 관리에 특화되어 있으며, 조직 내 인재 파이프라인 구축과 리더십 개발에 중점을 둔 인재 관리 중심형
• 당근마켓 : 인재 경험 설계와 핵심 인재 몰입도 제고에 집중
• Google : 보상, 성과 관리 중심의 인재 전략 수립
3. 조직 진단, 조직 설계, 변화 관리, 문화 혁신 등에 전문성을 가지며, 조직의 효과성 향 상과 변화 이니셔티브 실행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 효과성 중심형
• 야놀자: 애자일 도입, 크로스 펑셔널팀 구축 등 변화 관리 중심 역할
• Microsoft: 조직 전환기 리더 코칭 및 데이터 기반 조직문화 전환 지원
4. 기존 인사 제도와 정책의 효율적 운영과 실행에 중점을 두며, 안정적인 HR 서비스 제 공과 컴플라이언스 유지에 전문성을 갖는 운영 실행 중심형
• 컬리: 인사 제도 실행과 정책 적용을 지원하는 실무형 HRBP
• P&G: 글로벌 기준과 현지 규정을 모두 반영한 표준화된 HR 운영

한국 조직 문화에서 HRBP를 HR 부서 전체가 공유해야 할 마인드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기업마다 HRBP의 정의와 역할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다음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 조직 성장 단계에 따른 적합한 역할 정의
• 전략과 실행을 아우르는 복합적 기능 수행
• 비즈니스 과제를 HR 솔루션으로 전환하는 통합적 사고와 실행력

결국, 특정 유형을 따르기보다는 조직의 니즈에 맞춘 맞춤형 HRBP 모델이 필요하며, 이는 곧 조직의 성과와 직결된다고 보입니다.

HR과 비즈니스의 One Team을 위한 제언

Visier의 Chief Customer Officer인 Paul Rubenstein은 “이렇게 분산되어 이루어지는 인사 관련 결정들이 모여 결국 의미 있고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변화로 이어질 수 있기에, 개별 결정들은 서로 연결되고 통합되어야 힘을 발휘합니다”고 강조합니다.

불확실성이 상수(常數)가 된 현재, 사람과 조직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유를 필살기로 비즈니스의 언어를 이해하고, 비즈 니스 성과에 직접 기여하며, 조직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촉진자(facilitator)로서 HRBP의 관점을 장착한다면 일 잘하는 HR 관리자를 넘어 비즈니스에 필수적인(indispensable) 파트너 로 활약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문헌

• 각사 HRBP 채용 공고
• AIHR (2023), HR Business Partner Model : A Comprehensive Guide
• Deloitte (2023), 2023 Global Human Capital Trends Report
• McKinsey & Company (2022), Reimagining HR: Insights from people leaders
• PwC (2023), Future of HR 2023
• SHRM (2023), The HRBP's Guide
• SHRM (2024), HR Metrics That Matter
• SHRC (2016), HR Business Partner 역할 분석 자료
• Ulrich, D. (1997), Human Resource Champions,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 Visier (2024), The new rules of HR: 10 workforce trends for 2024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글로벌 노동 거버넌스'라는 말이 낯설게 들리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몸담고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이 개념을 이해하고 우리의 역할을 고민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 기업이 어떻게 '사람'과의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지 함께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세계화의 그림자, 그리고 노동 시장의 현실

요즘 국제 사회는 그야말로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죠. 이런 경쟁이 심해지면서 정부 간의 갈등이 노동 분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선진국들이 무역과 연계해서 노동 기준을 지키라고 요구하는데,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이거 보호무역 하려는 핑계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개발도상국들은 '우리가 노동 기준 지키면 가격 경쟁력 떨어지는데?'라고 주장하고, 선진국들은 '노동자 보호에 의지가 없네!'라고 볼 수도 있고요. 서로의 입장이 너무 달라서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곳에서도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은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을 더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자본은 훨씬 자유롭게 움직이는 반면, 노동자들은 그렇지 못하니까요. 만약 한 나라에서 임금이나 노동 환경에 대한 합의가 어렵다 싶으면, 기업들은 생산 기지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있고요. 그러다 보면 개발도상국들은 잠시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바닥으로의 경쟁(Race to the bottom)'에 내몰려 노동자들의 임금이나 근무 조건을 계속해서 낮추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노동 문제를, 과거처럼 국가나 정부 기관이 '경성법(Hard law)'으로만 통제하는 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 같은 곳에서도 '협약'이라는 형태로 노동자 보호를 위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걸 각 나라가 받아들이는 건 또 다른 문제거든요. 강제로 지키게 하거나 제재할 권한도 없고요. 결국, 국가적인 노력과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으면, 국제 노동 기준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현실인 거죠. 그래서 우리 같은 글로벌 기업은 '글로벌 노동 거버넌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고민을 해야 합니다.

글로벌 노동 거버넌스, 함께 만들어요!

'글로벌 노동 거버넌스'라는 말이 다소 모호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사실 학계에서도 딱 잘라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간단히 말해, '국제 노동 기준이 널리 지켜져서 전 세계 근로자들의 삶이 계속 좋아지도록 만드는 구조와 과정, 그리고 전략 전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거버넌스를 만드는 데에는 여러 주체들이 함께 참여해야 합니다.

누가 참여하고, 어떻게 독려할까요?

현재까지는 노동 거버넌스 모델이 기업에게 '이렇게 하면 우리한테 이득이야!'라고 명확한 실리를 주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어요. 정부 차원에서도 소극적이거나 심지어 방임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그러니 근로자의 복지를 높이려는 노력도 더딜 수밖에 없죠. 그럼 어떻게 해야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까요?

1. 국가와 '위계의 그림자'

우선, 국가는 노동 기준을 통제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입니다. 노동법이나 노동 시장 정책을 직접 만들어서 개입하거나, 경제 성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노동 복지를 개선하기도 하죠. 흥미로운 건 '위계의 그림자'라는 개념인데요. 이건 국가가 '만약 너희가 자율적으로 안 지키면 우리가 법 만들어서 직접 개입할 거야!'라고 일종의 '경고'를 던지는 거예요. 기업들은 정부의 직접 개입을 좋아하지 않으니, 이런 위협이 있을 때 스스로 더 노력하게 되는 거죠. 국가 입장에서는 복잡한 입법 절차 없이도 기업들을 움직여서 사회 전체의 복지를 높일 수 있으니 꽤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민간 주체와 '자발적' 기준

국가 외에도 노동조합, 기업, 시민 사회 단체 같은 민간 주체들도 글로벌 노동 기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 노동조합은 로비 활동이나 국제 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세계 노동 기준을 만드는 데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특히 전 세계 노동조합들이 모인 '세계노조연맹(GUF)' 같은 곳은 중요한 네트워크 역할을 하죠.
• 기업 행동 강령(Code of Conduct)과 인증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노동 기준을 지키겠다는 약속이에요. 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의 일환으로 많이 진행되는데, 예를 들어 리바이스나 나이키 같은 의류 기업들은 공급망 노동 기준 문제를 CSR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런 활동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좋게 만들고, 소비자나 정부의 규제 위험도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단순히 좋은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의 전략적인 측면도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기업의 현재와 미래: 글로벌 리더로 나아가려면?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고, 국제 노동기구(ILO)의 핵심 노동 기준들도 많이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노동 보호에 취약한 계층이 존재하고, 사회적 약자들이 소외되는 등 개선해야 할 과제들이 많습니다. 저출생으로 인한 노동력 고갈, 지역 간 불균형 심화, 잦은 노사 갈등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숙제들도 만만치 않고요.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노동 거버넌스'는 우리나라의 노동 환경과 경제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선진국으로서 우리나라는 민간 거버넌스 주체의 역할을 강화하고, 핵심 노동 기준이 우리 기업 문화와 시스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다국적 기업들은 해외에 진출할 때 해당 국가의 노동 환경을 고려해서 노동 기준을 개선해야 합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사업을 할 때는 단순히 '인건비가 싸니까'라는 이유로 '바닥으로의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산업의 체질을 개선해서 인건비 외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아직은 인력과 인건비 중심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려 하거나, 값싼 생산지를 찾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지만, 이제는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때입니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노동 거버넌스는 단순히 노동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넘어, 조화로운 노동 관계를 만들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요한 전략이자 메커니즘입니다. 우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거버넌스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나아가 세계 노동 시장의 선진화에 기여하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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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용어 설명

1. “바닥으로의 경쟁(Race to the bottom)”은 주로 세계화, 국제무역, 노동정책 또는 환경정책에서 사용되는 개념으로, 국가나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규제를 점점 더 낮추는 현상을 말함. 이로 인해 노동자 권리, 임금, 환경 기준 등 공공정책 수준이 하향 평준화되는 것을 우려.

2. “경성법(Hard law)”은 국제법 및 국내법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법적 구속력이 명확하고 강제력이 있는 법 규범을 의미.

3. “위계의 그림자”는 조직이 형식적으로는 수평적이거나 탈중앙화 되어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권력 구조나 위계질서가 여전히 존재하는 현상을 의미함.

4. “로비 활동”은 특정 집단이나 개인이 정책 결정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활동을 말함. 보통 기업, 시민단체, 외국 정부 등이 자신들의 이익이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입법자나 행정기관에 접근하는 방식.

5. “세계노조연맹(GUF)”은 산업별 또는 직종별로 조직된 국제산별노조의 연합체를 의미함. 이들은 전 세계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다국적 기업이나 국제기구(ILO, WTO 등)에 대해 공동 대응하기 위해 활동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