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균 캐럿글로벌 사업총괄대표
코로나 팬데믹과 엔데믹, 그 혼돈 속에서 글로벌 HR에는 그간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까? 글로벌 HR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이를 수행하는 글로벌 HR담당자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새로이 등장한 글로벌 HR의 화두는 무엇인지에 대해 담아내고자 김보균 캐럿글로벌 사업총괄대표를 만나 그 인사이트를 들었다.
Q. 엔데믹 이후 글로벌 HR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나요?
팬데믹 이전의 HR이 중앙집권적 체계로 운영됐다면, 팬데믹 이후 그리고 엔데믹이 된 지금은 현업과 긴밀하게 연결돼 HR 전략이나 육성 체계를 고민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업 영역의 변화를 더 이상 HR이 다 알 수 없게 됐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HR 역시도 마찬가지 양상을 띠는데, 현지 HR 이슈들이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이제는 본사 HR의 일관된 제도를 현지에 안착시키는 방식을 적용할 수 없게 됐고, 이미 해외 사업지원, 글로벌 HR 부서를 별개로 마련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국내 HR과 글로벌 HR의 경계가 무너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도 국내 기업 매출의 대다수를 글로벌에서 차지하고 있고, 조직 내 해외 인력들도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글로벌 HR이라고 경계 짓기 보다는 HR부서 자체가 ‘Born to be Global’의 형태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주재원에게 조직관리, 문제 해결, 인재 육성을 대부분 위임하는 현재의 방식에서 벗어나야겠죠. 최근 기업들이 MZ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처럼 이제는 글로벌 인재들과의 문화적 차이, 성장배경, 직업에 대한 인식, 그들이 생각하는 가치들을 이해하는 데에도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합니다.
Q. 글로벌 HRD의 변화는 어떠합니까.
국내와 글로벌 모두 같은 변화 양상을 보이는데, HRD 분야의 가장 큰 변화는 교육 방식의 차이입니다. 캐럿글로벌이 지난 9월 국내 대기업, 외국계 글로벌 기업, 기관 및 공기업 등 516개 사의 글로벌 HR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3 글로벌역량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39%까지 올랐던 비대면 교육 비중이 올해는 19% 정도로 줄어들었고, 대면교육은 19%에서 33%까지 비중이 늘어났습니다. 다만 팬데믹 이전의 대면교육 위주의 교육으로 돌아왔다기보다는 효과성에 따라 대면과 비대면을 취사선택 하는 등 교수, 매체, 전달 방식에 대한 옵션이 늘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늘어난 옵션만큼 구성원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교육을 기획하고, 큐레이션 해주는 HRD담당자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습니다.
Q. 글로벌 인재 풀 육성 현황은 어떠하며, 앞으로 기업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글로벌 인재 전략을 설계해야 합니까?
<2023 글로벌역량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62%의 기업이 현재 글로벌 인재 풀Pool을 가지고 있거나 확보를 계획하고 있지만, 전체 재직 인원 대비 10% 이상 글로벌 인재 풀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은 1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글로벌 인재 풀 육성에 대한 체계적인 전략을 보유한 기업도 15%에 그쳐 국내 기업의 글로벌 인재 풀 육성 현황은 아직도 많이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글로벌 인재 풀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요? 국내에 있지만 미래에 글로벌 업무를 맡을 예비 주재원이나 파견 인력 풀을 중심으로 살펴보자면, 이들에 대한 인재 풀 전략을 수립할때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부분은 ‘우리 회사의 사업 전략과 비즈니스 환경에 맞는 글로벌 인재의 역량에 대한 정의’ 입니다. 만약 우리 회사가 생산법인 위주로 글로벌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면 ‘생산조직을 잘 이끌고 기술 이전 OJT 역량을 보유한 자’가, 영업이나 서비스 법인, R&D 법인 위주로 글로벌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면 ‘직무 전문성을 지닌 자’가 글로벌 역량을 보유한 핵심인재가 될 수 있겠죠. 획일화된 언어 능력, 좋은 고과, 해외 경험만 고려하기보단 사업에 맞는 주재원 선발과 육성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인재 육성에 대한 경영진의 절대적이고도 장기적인 지지가 필요합니다. 제도나 선발 기준, 육성 방법이 비즈니스의 수요에 따라 단기적으로 바뀐다면 예비 주재원들은 회사는 물론, 자신의 경력개발을 도울 HR이나 HRD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장기적 비전을 주는 육성체계가 수립됐다면 HR은 대상자들에게 육성체계에 대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및 변화관리를 주도적으로 지원·진행해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Q.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대다수 구성원이 해외근무를 기피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파견 선호도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까?
구성원들이 주재원 파견을 기피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우선, 한국이 대다수의 주재원 파견국보다 치안이나 경제적 수준, 복지, 의료수준이 좋고, 요즘 구성원들은 나를 희생해 조직에 기여하기보단 내 가족과 내 삶의 웰빙에 가중치를 두기 때문에 개발도상국 주재원으로 파견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다음으로는 가족에 대한 부분입니다. 자녀를 낯선 외국에서 교육하는 것도 꺼려지고, 맞벌이 가정이 많은 최근의 여건상 주재원 파견으로 인해 배우자의 경력 단절을 우려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마지막 이유는 ‘주재원이 승진의 지름길’이라는 심리적 계약이 깨졌다는 점입니다. 국내보다 여건이 좋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서 고생을 하다가 국내로 돌아왔는데 귀임할 때는 “전혀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한 기분이 든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전혀 다른 환경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성공적인 주재원 경험 설계를 위한 조직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선, 급여 및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해진 제도와 기간에 따라 주재원 파견을 결정하는 현재의 제도에서 벗어나 생애 주기에 따른 주재원 파견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한국에서 맞벌이를 하고 있다면, 해외에서도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리로케이션 제도’를 운영한다거나, 본인의 경력 개발 니즈나 자녀 교육 여정에 따라 주재원 기간을 조절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등 세심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Q. 주재원이 경험하는 문화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기업에서는 어떠한 지원을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주재원 선발 단계에서부터 이문화 수용성과 인지적 유연성을 파악하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질적인 부분을 교육으로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선발 단계에서 유연성과 수용성이 낮은 이들을 배제해 문제의 소지를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주재원들이 겪는 대부분의 문제는 앞서 파견된 다른 주재원들이 경험한 문제이기 때문에 주재원 파견 전 현지에서 근무하는 다른 주재원들과 멘토링을 실시하거나, 해당 국가로 주재원을 다녀온 이들의 케이스나 시나리오를 교육 프로그램으로 재구성해 부임 전 예상되는 문제를 간접경험 해보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러한 부분들을 사내 데이터베이스화 한다면 더욱 훌륭한 주재원 파견 프로그램을 구축할 수 있겠죠. 더불어 부임 시 첫 경험을 잘 맺을 수 있도록 현채인과의 관계와 같은 부분을 돕기 위해 조직간 팀빌딩을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Q. 기업에 대한 로열티 형성, 리텐션을 위해 기업에서는 현채인 교육은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해야 합니까?
해외법인 현채인 인재 풀을 키우기 위해서는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현채인 출신 리더가 현지법인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은 현채인들이 국내 기업들은 자신들의 ‘성장’을 충분히 지원해주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심지어 이직이 잦은 개발도상국 해외법인에서는 교육을 아예 진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육해봐야 어차피 이직을 하기 때문에 낭비라는 관점인데, 이는 악순환을 불러올 뿐입니다. 생소한 한국기업에 규모도 작은 해외법인에서 근무하는 이들이기에 더욱 세심한 케어가 필요합니다. 이제는 현지법인과 조직이 그들만의 조직문화와 육성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합니다. 이를테면 조직진단을 통해 현지조직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서 도와주고, 이를 기반으로 개개인의 육성을 지원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성장 전략이 되겠지요.

또, ‘보상’과 ‘인정’에 대한 현채인들의 관점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돈 외에도 직업 가치, 성장 가능성 등 비금전적인 요인들을 ‘보상’과 ‘인정’의 잣대로 삼는 국내와 달리 개발도상국 현채인들의 경우 ‘돈’이 곧 ‘인정’입니다. 이러한 경우 개발도상국의 성과보상 체계, 인정, 핵심인재 관리 방법이 국내와는 완전히 달라져야겠죠. 즉 해당조직에 있는 현채인 서베이, 인터뷰 등 현지인 VoE 파악을 통해 그들의 경력개발, 직업관을 면밀히 살피고 국내와 차별화된 HR제도를 구축해야 합니다.
Q. 디지털 기술이 HR 영역에도 활발히 적용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HR에서도 기술의 적용을 통해 그간 겪어오던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의 어려움을 덜어낼 수 있을까요?
디지털 기술, 특히 협업 툴의 보편화로 해외법인과 일하는 것이 이전보다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클라우드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회의가 녹음되고, 번역되고, 누구나 공유받을 수 있는 세상이 열리고 있죠. 이를 통해 공간이나 시간적 차이에서 발생하던 커뮤니케이션이나 협업의 문제는 상당수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적인 부분 외에도 팀워크처럼 보이지 않는 부분을 독려하기 위한 HR의 개입이나 조직개발 노력은 오히려 더 확대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생산성 향상이 가능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오랜 시간 주재원 근무 후 돌아오는 귀임자들을 위해 HR은 어떠한 지원을 해야 합니까?
주재원 부임자의 경우 부임을 잘하도록 돕기 위해 HR 차원에서의 여러 지원이 이뤄지는 반면, 귀임자의 경우 귀임을 잘하기 위한 모든 과정과 책임이 개인의 몫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활한 귀임 그리고 이들이 국내에서도 경력개발을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주재원 육성만큼이나 중요한데 이를 간과하는 조직이 많은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 주재원들이 소외감과 당혹감을 느끼며 귀임 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직해, 어렵사리 쌓은 조직의 해외경험 자산이 그대로 새어나가고 있습니다.
기업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귀임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2023 글로벌역량 실태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귀임자 교육 진행 현황이 2021년 21%, 2022년 26%, 2023년 29%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죠. 앞으로는 귀임 1년, 6개월 전부터 귀임자들이 경력개발 관점에서 어떠한 업무를 수행하길 희망하는지, 경력 계획은 어떠한지까지 조직에서 미리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매뉴얼, 사례집, 강의를 통한 자산화에 귀임 주재원을 투입하는 데에서 나아가 해외 프로젝트에 계
속 참여하게 해주는 등 주재원들이 해외에서 쌓은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Q. 2024년, 글로벌 HRD담당자들의 최대 과제는 무엇이 될까요?
글로벌 육성 체계 수립이 최우선 과제라고 봅니다. ‘체계수립’이라고 해서 어렵고 거창하게 생각하기보단, 우리 회사에 필요한 글로벌 역량이 무엇인지 정의 내리고 그 부분에 대한 체계를 세우면 됩니다. 다른 기업들이 완벽하게 수립한 체계를 차용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자했음에도 결국에는 또 다른 도전을 맞닥뜨리는 조직들을 현장에서 많이 보곤 하는데, 그 이유는 우리 조직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외국어 역량을 강화하고, 이문화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현업에서 어떠한 글로벌 역량을 필요로 하는지를 해외법인과 글로벌 부서로부터 듣고, 우리 회사의 도메인과 연결해 어떠한 글로벌 인재가 필요한지 모델링하고, 이 모델링에 부합하는 인재 육성을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합니다. 만약 이 모든 것이 경력개발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글로벌 육성 체계는 영원한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Q.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 환경 속에서 성공적으로 변화관리를 이뤄내고 싶어 하는 글로벌 HR담당자들에게 조언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글로벌 HR의 문제는 HR이 아닌 글로벌 사업 리더와 현지 법인 리더가 풀어나가야 합니다. 문제를 풀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거나, 프로젝트 조직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할 때 단편적 접근을 넘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또, 혼자서 풀 수 있는 문제는 극히 드문 시대이므로,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 고민해 나갈 때 비로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HR담당자들이 정보를 나누고 교류할 수 있는 장, 같은 국가에 있는 해외법인의 주재원이나 현채인들이 교류하는 장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