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폰이 그랬듯, Ai는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우리의 일상을 파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양태는 조금 다릅니다. 스마트 폰이 생활의 편리성을 극대화하면서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미쳤다면, Ai는 인간의 인지노동을 대체함으로써 인간 존재의 사회적 역할 자체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인지노동이 사라지는 미래가 오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어떠한 삶을 살아가게 될까요?
하나 분명한 것은, Ai를 기반으로 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 사회’가 펼쳐진다는 점입니다. 모든 개인의 경험은 데이터로 저장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의 취향에 맞춘 서비스가 가정과 일터, 그리고 사회 전반의 일상에서 제공될 것입니다. 곧 테크노피아가 눈앞에 펼져질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삶의 과정에서 ‘우연히’ 벌어지는 경험들이 현저히 축소된다는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알고리즘이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지만, 삶의 전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큰 오류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뜻하지 않은 경험을 통해서 삶을 확장해 나가는데, Ai는 이러한 가능성을 애초에 배제시켜버립니다. 기술이 고도화 될수록, 맞춤형 정교함이 높아질수록 배재가능성은 더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어느 순간, 우리는 똑같은 여행지를 찾고, 같은 맛집을 찾아다니며, 같은 생각을 하게되는 끔찍한 알고리즘의 세상에 살게될지도 모릅니다.
좋은 삶(full life)을 산다고 하는 것은 다양한 경험체계를 전제로 의식의 스펙트럼이 확장되는 삶입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인간 본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펼치게 됩니다. 그 자체가 삶의 역동이고 신비입니다. 인간은 지난 수 천년간 주어진 삶, 정해진 운명에 대항해 투쟁해왔습니다. 생물학적인 관점에서나 사회적 관점에서 인간이 강해지고 존속할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우연성을 포착하는 힘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우연성과 함께 동반되는 리스크에는 늘 용기있게 직면해왔습니다. 여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저 역시 삶을 돌아보면, 오늘의 저를 있게 한 결정적인 사건들은 모두 ‘우연’에서 시작됐습니다. 어릴 적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경험, 15살 때 우연히 만난 명상, 그리고 지금의 아내와의 인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순간들이, 계획하지 않고, 상상하지 않은 채 온전한 우연이 이끌어준 행운들이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삶의 신비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의 삶도 그러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길 앞에 서 있습니다. 다소 두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여정에서 조우하게 될 예기치 않은 만남과 행운들에 열려있다면 가슴이 뛰기 시작할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이 먼저 열려있어야합니다. 기술에 압도되지 않을 지혜도 필요합니다. 분명히 해야할 것은, 본시 미래는 정해진 바가 없으며, 우리의 삶은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이 창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아는 것입니다.
한 걸음씩 용기를 내어 나아가고, 새로운 가능성에 열린 마음을 유지한다면, 우리는 Ai시대에 단순히 정신노동에서 해방되는 것을 넘어, 인간으로서 한층 더 성숙한 본연의 삶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C.E.O James Roh (노상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