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GHR 기고문] 해외주재원의 파견에 대한 우리 기업의 현실과 개선 방향

1월 HR캐스터_GHR기고문

By CARROT 9 min read
[1월 GHR 기고문] 해외주재원의 파견에 대한 우리 기업의 현실과 개선 방향

기고자: LG이노텍 Global HR팀 김인수 책임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21년 500억 달러를 넘어 매년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는 국내의 고비용 구조를 극복하고 경제 개방화를 가속화하려는 세계화의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해외 사업이 확대될수록 기업별 사업 특성, 경영 구조, 소비 시장 특성 등의 영향으로 주재원의 활용과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주재원 파견의 역사를 정확히 정의하기는 힘들겠지만, 서울올림픽 이후 해외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90년대 초반부터 주재원이 본격 파견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주재원은 기업 내 우수 인력으로 파견되어 복귀 후 안정적인 성장을 보장받는 페스트 트랙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의 성장이 과거만큼 뒷받침되지 않아, 상당수 주재원이 귀임 전 국내 적응을 포기하고 현지 기업에 취직하거나, 복귀 후 직책 면직으로 평사원의 길을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주재원 파견과 복귀에 있어 기업 담당자뿐만 아니라 당사자 또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모두가 알고 있지만 개선하기 어려운 주재원 확보와 육성에 관한 이야기를 짧게 나마 하고자 한다. 필자는 2018년부터 4년간 주재원을 경험하였고 Global HR 업무를 수행하며 다양한 국가에서 들어본 주재원의 목소리를 통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1) 신세대 근로자들의 적극적인 활용

기업들은 새로운 사고방식과 혁신적 창의력을 갖는 MZ 세대들의 진출을 활성화하고 있지만, 주재원의 선발에 있어서는 연령, 조직 책임자 경험 기간 등을 선발 요건으로 제한하고 있다. 가뜩이나 부족한 주재원 후보군은 더욱더 부족해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세대 근로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기업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수반되어야 한다. 일례로 기업들은 로열티를 바탕으로 근로자의 헌신을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즉각적인 이해관계를 따지는 신세대 근로자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의 성공 약속은 수용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서 기업은 신세대들에게 부족한 주재원 역량 향상과 마인드셋 교육을 사전에 준비하고, 후보군에 대해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동시에 미혼 주재원 파견에 대한 처우 조건 개선 등의 검토도 시작할 필요가 있다. 최근 동남아시아와 같은 이머징마켓을 포함하여 유럽 및 미주권에 대한 제조, IT, 서비스 등 산업 전반에서 주재원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적합한 인원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고 HR 담당자들은 호소하고 있다. 기업은 제도의 개선 없이 이미 준비된 인재를 확보하려고 하기보다는 적극적인 육성과 보상 체계 구축을 선행해야 한다.

(2) 장기 주재원 활용 방안 모색

근로자들이 해외 주재원 파견이 관한 의사결정에 있어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부분은 가족일 것이다. 특히 자녀가 있는 기혼 가정일수록 국가 상황에 따른 적응기간, 교육여건, 생활물가, 치안 등 전반적인 고려가 수반된다. 필자 또한 파견 전 가족의 의향이 파견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다. 최근 주재원 및 해당 업무를 하는 HR의 의견을 종합해 봤을 때 주재지에 따른 선호도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우리나라는 국내 생산원가 상승으로 저렴한 노동력 이용, 세금 혜택, 노동인권 규제완화 등의 효과를 누리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이머징 마켓으로 생산지 이동을 검토하고 있다. 과거 개발도상국 상태의 한국은 주재원 파견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 이문화 경험, 자녀 특례 입학 등의 기회를 얻고자 많은 근로자들이 주재원 파견을 희망했지만, 현재 선진국으로 진입한 한국에서 누릴 수 있는 사회 경제적 효과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여 배우자의 커리어 단절과 주재원 처우의 지속적인 하락이 주재원의 매력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를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미 파견되어 정착중인 주재원의 지속적인 활용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성장기 기업의 경우 주재원 복귀 후 직잭자 임명을 통한 리텐션이 가능하나, 성숙기 또는 쇠퇴기의 기업은 귀임을 전후하여 인력이 이탈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를 위해서 현지 법인 및 지역 상황을 이해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한 주재원의 장기 파견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연령효과(Aging effect)로 인한 업무 태만, 부패 이슈 등이 나타날 수 있으나, 이는 관리 시스템 개선을 통해 충분히 견제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3) 기업의 인식 변화

주재원 파견 시 기업 간 차이는 있으나 주재비, 학비, 생활비 등의 연간 비용이 인당 약 3억 원에 달할 정도로 많은 비용 소요되며, 경영층은 주재원 파견을 종종 회사에서 주는 혜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로 인해 과도한 업무 범위 설정, 연장근로의 일상화, 사적 시간 할애에 대한 부정적 시선 등으로 주재원들이 고충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국내 대비 많은 자원을 투입하기 때문에 효용 측면에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신세대 주재원들은 점차 근로 시간 내 업무 집중을 통한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 이제 기업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시기이다. 경영층은 자사의 사업 특성을 고려하여 필수 주재원 파견 포지션을 결정하고 만약 사업 초기 과다 투입된 주재원이 있을 경우 효율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동시에 파견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여 필수 인력이 리텐션 되어 생산성을 향상 시킬 수 있도록 운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주재원의 효용은 국내와 사업 전략을 일원화하고 해외 생산 및 판매 거점 내 본사의 장악력을 확대하는 측면이 강하다. 현지인의 주재 원화, 주재원의 현지화라는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자사의 주재원 전략을 리뷰하고, 극한의 생산성 확보를 위해 어느 수준까지 효율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도전적인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생산 및 판매, 영업, 서비스 제공 경로의 다변화로 주재원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나, 인력의 확보와 육성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상상하지 못했던 서비스와 상품 제공을 위해 다양한 국가로 주재원을 파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은 주재원 선발과 육성에 있어서는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이전과 같이 기업이 근로자에게 성장 기회와 혜택을 준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파견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여 업무몰입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신세대 주재원의 육성, 장기 주재원의 활용, 기업의 인식 전환을 통한 일과 삶의 균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력 확보를 할 수 있다면 주재원 확보에 어느 정도 안정성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밖에도 미혼 단기 주재원의 활용, 거점지역 주재원 파견, 지역 전문가 육성 등 다양한 방법으로 주재원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해외 파견에 대한 근로자의 인식이 과거 대비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기업은 과감한 주재원 인력 효율화를 검토하고, 파견 주재원에 대한 처우개선과 복귀 후 성장 지원과 생활 안정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