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고의 시간: 제3의 관점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공정한 관찰자’의 개념을 성숙된 삶의 지표로 삼았다. 진정한 성공과 행복은 관찰자적 제3의 관점에서 자기를 모니터링하는 훈련이 잘 된 사람의 것이라고 했다.

By CARROT 4 min read
숙고의 시간: 제3의 관점

오늘 우리는 참으로 혼돈스럽고 부조리한 세상을 살아내고 있다. 재앙은 악한 사람들을 골라 좆아 다니는 것도 아니고, 선한 사람이라고 해서 피해 다니는 것도 아니다. 이런 부조리한 현상 앞에서 각 개인의 삶과 인간성은 쉽게 그 밑바닥을 드러내게 된다.오랜 시간 동안 우리의 경험 체계를 통해서 형성된 보편적 신념들이 쉽사리 혼란의 늪으로 빨려 들어가기도 한다. 우리의 일상이 생존을 위한 전쟁터가 되었다. 이건 분명 우리가 지향하는 그런 삶이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숙고의 시간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는 좀 더 성숙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성숙한 삶이란 곧 인간다움을 올곧이 실현시키는 삶이기 때문에 이 질문이 중요하다. “인간의 본질은 일상에서 드러난다 (Ethos Antrophos Daimon)”라고 이야기했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이 새롭게 다가온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내면 깊숙이 신성을 지니고 있는 존재임에 분명하지만, 진짜 본성(true-self)은 숙고의 과정을 거친 높은 의식을 통해서만 드러날 수 있는 것이다.이런 삶은 단 하루를 살더라도 지고의 만족을 가져다줄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공정한 관찰자’의 개념을 성숙된 삶의 지표로 삼았다. 진정한 성공과 행복은 관찰자적 제3의 관점에서 자기를 모니터링하는 훈련이 잘 된 사람의 것이라고 했다. 같은 개념으로 현대 심리학에서는 ‘초인지’라는 개념으로 meta-cognition을 이야기한다. 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동물 종속에서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인지 특성이기도 하다. 인간은 나의 인지 상태를 인지하면서 모니터링하는 인지체계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종이다.

이런 메타인지가 잘 훈련된 사람들은 내 밖에서 나를 객관화 시켜서 보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자기 깊숙이 들어가 얽히고설킨 자아를 분리해내고 진짜 나는 누구인가(Who am I)? 를 찾는 자성을 가지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복잡한 현상의 문제들을 명료하게 인식할 수 있으며, 불필요하게 삶의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보다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특성이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훌륭한 삶을 살아낸 사람들은 이런 인지 특성을 가지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오늘날처럼 한 치 앞이 예상되지 않는 부조리한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삶의 양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2021년이라는 숫자가 새삼 낯설게 다가온다. 아마도 지난 일 년을 돌이켜보고 나누며 새롭게 준비하는 겨를도 없이 혼돈 속에서 맞이한 새해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은 어려운 시기이지만 환경이 우리를 더욱 성장시키고 성숙하게 만드는 촉매라는 것을 잊지 말자.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중심과 시작에 내 ‘마음’이 있다는 것과 그 마음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마음’이 진짜 나, 성숙을 지향하는 나임을 명심하자. 우리 모두에게 큰 성취가 있는 한 해가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C.E.O James Roh (노상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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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있는 한 인간은 동시에 그 그림자를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