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세상 인도: Humanism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인도란 무엇이라 정의하기 힘든 곳이었다. 만상의 삶이 치열하게 공존하는 곳. 그 속에 저마다 주어진 운명의 수레바퀴 ‘차크라’를 돌리고 있었다. 간디가 그렇게 염원했던 인간의 평등과 평화는 아직도 소원한 것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여행의 진면목이 낯선 환경에서 새삼스럽게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라면 그것은 족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넘기기에 이번 인도행 think-week은 무거운 여운이 남는 여행이 되었다.

By CARROT 5 min read
신들의 세상 인도: Humanism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나마스떼"는 힌두어로 하는 인사말이다. “내 안의 신이 당신 안의 신에게 인사합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는 몇 년 전 처음 이 인사말을 접했을 때 세상에 있는 인사말 중에 가장 아름다운 인사말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인도는 힌두이즘의 대표적인 국가로 13억 인구만큼이나 많은 신이 있는 나라이며, 석가모니와 간디의 나라이자 오늘날 실리콘밸리를 주름잡는 IT 천재들의 나라이기도 하다. 이렇듯 신비로운 나라 인도는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버킷리스트로 자리잡고 있었다.

이렇게 시작한 나의 인도행 think-week은 델리의 첫 날부터 충격으로 다가왔다. 자한 왕의 최후 걸작품으로 알려진 이슬람사원 자마 마스지드(JAMA MASJID)에 도착했을 때, 2천 500년 전 선지자의 깨달음이 아직 이 공간에 이르지 못한 안타까움이 들었다. 사원 앞에서 울려대는 경적들은 인간의 이기심과 오만감정들을 굶주린 짐승의 이빨처럼 드러내고 있었고, 광장 한편에는 삶의 의지를 등진 채 햇살에 의지하여 누운 자들이 즐비하였다. 모스크로 가는 길에 유독 눈에 띈 것은 탄력 있어 보이는 개들이었다. 그들은 비만하지 않고, 순해 보였으며, 번뇌 없이 인간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것처럼 보였다.

인도는 IT 산업의 영향으로 큰 성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카스트 제도와 힌두교의 핵심인 카르마 차크라(법륜:윤회)였다. 14세기부터 이어져 오는 카스트제도는 우리가 이해하기에 상당히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인도 전반을 구석구석 움직이는 생산 시스템이자 유지 시스템임이 분명하고, 어느 누구도 평생 이 거대한 시스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듯 보였다. 특히, 여성의 인권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카스트 내에서 중매결혼을 하고 있으며, 사전에 ‘이혼’이란 단어 자체가 없다. 지참금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남편이 죽으면 여자를 같이 화장하는 힌두식 순장제도인 사띠(sati)가 수십 년 전까지도 행해졌었다.

이번 여행 중 가장 인상적인 곳은 인도인들의 성지인 바라나시 갠지즈강 화장터였다. 인도인들은 평생 한 번이라도 어머니 갠지즈강에 와서 몸을 담구는 것이 소원이다. 이를 통해 자신이 생에서 쌓은 죄를 씻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른 아침부터 소와 사람들이 몰려들어 목욕을 하고, 빨래를 하고, 그 한쪽에서는 쉴 새 없이 화장이 이루어지고 그 재가 강에 뿌려진다. 이 모든 행위들은 성스러운 의식이며, 갠지즈강은 이 모든 것을 말없이 포용하고 흘려보낸다. 바라나시 갠지즈강은 생과 사가 혼재되어 있는 공간이었으며, 시공을 가로질러 그 사이를 흐르고 있었다.

인도란 무엇이라 정의하기 힘든 곳이었다. 만상의 삶이 치열하게 공존하는 곳. 그 속에 저마다 주어진 운명의 수레바퀴 ‘차크라’를 돌리고 있었다. 간디가 그렇게 염원했던 인간의 평등과 평화는 아직도 소원한 것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여행의 진면목이 낯선 환경에서 새삼스럽게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라면 그것은 족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넘기기에 이번 인도행 think-week은 무거운 여운이 남는 여행이 되었다.

마치 낯선 어느 곳으로 시간여행을 다녀온 듯 했다.

                                                     C.E.O James Roh (노상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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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적인 욕구를 충족하려면 내 세계는 조그만 마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정신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온 세계가 곧 나의 마을이다.『마하트마 간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