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와 변재: 500년을 가는 힘

나무 한 그루가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500년을 넘긴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생육에서 생기는 엔트로피들을 소화해서 더욱 단단한 core로 만들어 내는 심재와, 잠시도 멈추지 않고 새로운 생육을 창출해가는 soft한 변재의 역동적 조화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By CARROT 4 min read
심재와 변재: 500년을 가는 힘

집 앞에 보기만 해도 경외감이 드는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조선 중종 때 심어졌다고 전해지는데, 500년은 거뜬히 넘는 수령의 은행나무다. 가을에는 단풍이 장관이며, 노랗게 익은 은행들로 길바닥은 온통 은행 천지가 된다. 물론 고약한 냄새도 각오해야 한다. 나는 나무를 올려다 볼 때마다 더 오랫동안 무탈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내며, 동시에 어떻게 이렇게 오래된 나무가 건강하고 생산성이 좋은지 의문이 들곤 한다.

나무의 구조는 크게 심재와 변재 그리고 수피(껍질)로 이루어져 있다. 심재는 중심의 딱딱한 부분으로서 나무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사실 이 부분은 나무의 생육과는 무관하다. 단지 나무가 쓰러지지 않게 지탱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하지만 나무는 생육에서 생기는 엔트로피들을 심재로 보내서 처리하고, 시간이 갈수록 심재는 더 딱딱해지고 굵어지게 된다.

반면에 변재는 얇은 바깥 부분으로 물관과 체관을 구성하며, 나무의 생육 전반을 담당한다. 잔뿌리에서 나무 끝까지 물과 영양분을 실어 나른다. 변재의 기능은 곧 나무 전반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생육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변재의 일부분은 자연스럽게 심재가 되고, 스스로 새롭게 생성하며 생육을 지속시킨다.

기업의 관점에서 보자면 심재는 현재 기업 존속을 지탱해 주는 전통적이고 안정적인 사업부분일 수 있다. 이들의 역할은 조직이 풍랑에 휩쓸리지 않도록 지탱하고, 방향을 유지해주는 역할일 것이다. 동시에 간과되어서는 안 되는 것은 새로운 것으로부터 오는 충격을 흡수하고, 엔트로피들을 소화시키는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변재는 새로운 역동성을 만들어 내고, 신성장을 견인하는 것이다. 생장활동에서 엔트로피를 수반하는 것은 당연하다. 두 부분은 대립하지 않는다. 완전히 다른 기능을 수행하면서 경쟁적이지 않고, 상호 보완적이며 하나의 시스템이 된다.

4차 산업혁명의 바람에 맞서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가 경영자들의 초미의 과제다. 쓰러지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 조직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현실은 혁신에 혁신을 거듭 강조하지만 아우성으로 그치기 일쑤다. 나무 한 그루가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500년을 넘긴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생육에서 생기는 엔트로피들을 소화해서 더욱 단단한 core로 만들어 내는 심재와, 잠시도 멈추지 않고 새로운 생육을 창출해가는 soft한 변재의 역동적 조화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에 청진기를 대보면 쉴 새 없는 생육의 소리가 들린다. 아래서 위로 중력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길 소리에서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낮이고, 밤이고, 태풍이 불고 천둥이 쳐도 한 순간도 멈추는 법이 없다.

                                                     C.E.O James Roh (노상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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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서서히 죽는 죽음을 경계하자.『메데이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