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변이에 변이를 거치며 조금도 그 기세를 누그러 뜨릴 여지가 없어 보인다. 지난 2년간의 길고 긴 싸움의 여정에서 인간 또한 버티고 견디며 차선으로 함께 살아갈 방법을 탐색하고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 우리가 힘들어했던 이유는 공간이동의 제한 때문이었다. 이것은 이동해야만 하고, 이동하고자 하는 동물적 본성을 구속함과 동시에 ‘자유’의 속박이었기에 그 타격이 컸다.
공간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뇌의 관점에서 보면 더욱 명확하다. 인간의 경험 체계는 공간을 축으로 기억을 형성하며, 시간과 그 외 요소들은 부차적인 것이다. 공간이 없는 기억은 존재할 수 없다. 우리가 힘들게 해외여행을 하면서도 즐겁고 흥분되는 이유는 바로 뇌가 새로운 공간 경험을 갈망하며, 도파민을 강하게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런 흥분적 도파민의 경험은 또다시 여행가방을 챙기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인간의 이런 공간 경험에 대한 갈망은 곧 ‘메타버스(metaverse)’라는 개념으로 우리의 삶에 들어오게 될 것 같다. 가상세계이면서 현실과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 한계를 벗어난 시공간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이는 우리 뇌에 현실보다 더욱 강력한 도파민 샤워를 보상하며 몰입을 촉진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웅크린 ‘페르소나(인격)’를 아바타로 새로운 ‘나’를 만들어 제2, 제3의 삶을 경험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우리는 낯선 시대로의 초입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세계가 지금 우리에게는 너무나 생소하지만, 생각보다 빨리 우리의 삶을 파고들 것이다. 혹자는 “스마트폰이 ‘혁명’이라면, 메타버스는 ‘문명’이다”라고 이야기한다. 메타버스가 몰고 올 파급효과가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이다. 인간의 삶과 연결된 모든 영역에 있어 전방위적인 영향을 받을 것임은 분명하다. 캐럿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이미 물 밑에서 거대한 움직임들은 시작되었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는 아이러니하게도 현실 세계의 끝이 아닌, 메타버스 안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인간성을 박탈하는 ‘디스토피아’로 흘러갈지, 새로운 삶의 경험을 창출하는 ‘테크노피아’로 향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이것은 기술의 문제라기 보다 보편적 인간의 의식수준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C.E.O James Roh (노상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