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새로운 혁신 어젠다와 목표를 수립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2024년을 준비하는 HR 관점에서도 사업 현장을 지원하고 노동환경의 변화를 예측하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먼저 경제전망은 그리 좋지 않다. KDI 경제정보 센터의 예측에 따르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2.8~2.9%로 2023년보다도 낮을 전망이며, 한국경제는 이보다 낮은 2.2%의 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금리·환율 등 모든 지표가 부정적 시그널을 보여주고 있다. HR담당 임원은 비용 절감과 생존이라는 키워드에 따라 인사관리의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고, 과거와 같은 채용이나 복지제도는 다소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과거와 같이 다운사이징이나 급여 동결, 복지 축소만이 답일까? 라고 생각해보면 달라진 직원의 사고에 반하는 정책이라 쉽게 실행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미세한 영역까지 확인하여 불필요한 소모성 업무를 제거하고 조직의 성장을 위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해야 비로소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2024년 기업의 HR에서 시도해야 할 5개의 혁신 어젠다를 제시해 본다. 그리고 이 어젠다가 과거와 다른 부분은 모두 기술 기반으로 실행되는 형태이며, 이제 HR에서는 최신의 AI 기술을 적극 고려해서 새로운 운영 형태를 만들어가야 하는 필연적 환경이기도 하다.

 

인사업무 자동화를 통한 효율성 확보 (Gain efficiencies with HR automation)

HR 담당자의 업무를 타임시트(Timesheet)로 만들어 하루 동안 수행한 업무를 기록해 보자. 그리고 그 작업에서 운영과 관련된 업무나 단순 시스템 조작의 업무를 선별해 보자. 과연 몇 % 업무가 운영성일까? 2020년 딜로이트컨설팅의 조사에 따르면, HR 업무의 40%는 ‘운영’업무, 60%는 인재관리 및 인력계획과 같은 ‘전략적’ 활동에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아직 많은 영역에서 HR 제도와 프로세스를 작동시키는 것에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10~20%만의 운영성 업무를 제거하더라도 HR 조직이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은 다양하다. 인재 분석, 스킬 기반 제도 수립, 사업에 대한 밀착 지원 등 과거 리소스 부족으로 시도하지 못했던 다양한 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긴다는 것이다. HR의 효율화는 담당자의 시간을 벌어주자라는 개념이 아니라 HR이 원래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드는 작업으로 인식해야 한다.

 

직원 데이터를 통한 새로운 의미 발견 (Get More Meaning from People Data)

만일 어떤 기업이 업무의 스킬을 정의하고 전 직원 대상으로 진단 작업을 진행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가로축은 스킬 진단 결과가 있고, 세로축은 스킬의 가치(스킬별 연봉정보)가 있는 그래프를 만들어 보았다고 상상해 보자. 이 한 장의 그래프를 가지고 HR의 전략이 결정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측하단(스킬 진단 결과는 높지만 스킬 가치는 낮은 영역)은 시급하게 리스트럭처링하거나 리스킬링 해야 하는 영역이다. 많은 직원이 할 수 있고, 잘 하는 영역이지만 차츰 그 가치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좌측 상단(스킬 진단 결과는 낮고 반대로 가치는 높은 영역)은 새롭게 채용하거나 선발된 직원을 대상으로 집중교육을 시켜야 하는 영역이다. 이는 ‘세상이 변했으니 전 직원 DT 교육을 시켜야 합니다’라는 논리보다 훨씬 전략적이고 의미 있는 결정이 될 것이다. 이처럼 직원의 데이터는 향후 인사제도와 정책을 수립할 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정의되어야 한다.

 

보다 적극적 개인화 정책 (Apply HR Policies to Individual Employees)

기업에서는 고객서비스를 제공할 때 초개인화나 개인 맞춤형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모든 고객이 같은 니즈와 욕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으로 서비스나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쉽게 생각해 보면 대부분 비즈니스가 넷플릭스화(Netflixrisation)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의 HR 제도와 정책은 아직 직원을 집단으로 바라본다. 상세하게 구분하는 정도는 직급이나, 직종과 같이 일과 역할에 따라 구분된다. 하지만 인사제도가 좀 더 개인화 되면 어떤 일이 펼쳐질까? 자녀를 출산한 직원은 근무시간이 좀 더 유연해지기를 바랄 것이다. 그리고 결혼을 하지 않은 직원은 복지제도가 미혼자에게 맞춰진 형태를 선호할 것이다.

 

이처럼 조금만 생각해 보면 직원의 상태와 환경에 따라 유연한 정책이 필요한 곳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직원이 계속 성과를 내고, 성장할 수 있다면 이러한 정책은 얼마든지 유연하게 운영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이제는 직원을 개인으로 보고, 개별 직원의 성장에 맞게 HR이 얼마나 유연해져야 하는가를 실험해 볼 단계이다.

 

스킬 기반의 배치 최적화 (Optimal Staffing Based on Skills)

HR의 기본 철학은 과거나 지금이나 ‘최적인 인재가 최적의 위치에서 일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직원 정보를 다차원적으로 분석해야 하고, 새로운 직무가 생성될 때마다 직무 요건도 작성해야 했다. 그렇다 보니 주로 직무와 역량을 기준점으로 삼았고, 어느 정도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역량의 하위 요소였던 스킬이 훨씬 각광을 받고 있다. 일단 측정하기도 용이하고 행동 역량에 비해 그 쓰임새도 정확하게 지정해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직원의 시장가치가 경험과 역량에 비하여 스킬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는 인식이 커진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제는 스킬이 학위처럼 인정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학위에 표시된 전공과 같이 인증받은 스킬의 영역이 직원의 포지션 지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소 시간이 걸리고 어렵더라도 HR의 기반을 바꾸는 활동임을 명심해야 한다.

 

예측분석을 통한 인재 기회 발굴 (Discover talent opportunities with predictive analytics)

현재 많은 기업에서 진행하고 있는 People Analytics에 예측 기능을 보강해야 한다. 인력분석이 과거와 다른 점은 ML(머신러닝)을 통한 예측분석의 가능성이 높아졌고, HR에서는 이를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는 ‘앞으로 직원수는 얼마나 늘어날 것인가?’와 같은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매출액이 5% 낮아지면 직원 몰입도는 어떤 영향을 받는가?’, ’직원의 관계 분석(SNA) 기반으로 볼 때 신입 팀장의 장악력은 어느 정도 될 것인가?’와 같은 분석이 필요하다. 특히 예측분석은 경영자보다 팀장에게 더 필요하다. 경영자는 거시적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하지만 팀장은 최전선에서 직원과 함께 성과를 만들어가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단순한 리더십 교육을 넘어서 팀장의 권한을 강화시키고 리더십을 실행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실제로 IBM은 2021년부터 사업부 리더를 위한 Practice Leader Dashboard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HR 관점의 분석이 아니라 실제 사업 현장에서 리더를 위한 직원정보 대시보드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순위, 직원의 생산성 향상

이러한 다섯 가지 전략은 HR 조직에 새로운 아젠다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노력과 준비가 필요했다면, 이제는 기술의 도움을 받아 조금 더 쉽게 실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필수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기술에 대한 이해’이다. 특히 HR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CHRO나 HR 기획 부서에서는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새로운 기술을 직원이 먼저 사용하고 그들의 업무방식이 이미 변해버렸다면, HR의 노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누구에게 어떤 효용성을 주는가를 정의해야 한다. HR 담당자에게만 유용하거나 특정 집단에서만 활용되는 기술이라면 그 여파가 결코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CHRO는 전사적 관점에서 영향을 줄 수 있는 영역을 확인하고 생산성에 도움이 되는지를 점검해야 할 것이다. 

 

또한 법률이나 규정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내용을 확인해야 하고 상위 법력이나 시행령과의 충돌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담당 조직의 자문을 받아 실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끝으로 대안 기술에 대한 탐색이다. 인공지능은 모든 문제를 처리해 주는 만능 기술이 아니다. 인공지능으로 처리해야 하는 영역이 있고, 단순하게 검색 기능이나 RPA를 도입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과거에도 많은 실패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인공지능 도입이 우선순위 목적이 아니라 직원의 생산성 향상이 우선순위라는 점을 항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