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염불을 할 때: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

자연과 자신을 깊이 관찰한 경험을 통해, 자동화된 습관과 고통의 악순환을 깨닫고 '깨어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삶의 선순환으로 나아가는 길임을 성찰했다. 이 과정은 고요한 마음을 통해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는 것에서 시작된다.

By CARROT 4 min read
귀가 염불을 할 때: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

올여름 Thinkweek은 여러 사정으로 짧았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속리산 중턱에 자리한 거대한 바위틈 사이 1평 남짓한 공간에서 3박 4일을 보내며 오로지 나와 우주의 연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있는 동안 늘 존재했던 다양한 나무들과 풀벌레 소리, 하늘과 구름과 별과 달이 주는 영감은 내 안에서 시시각각 변화하였다. 그곳에서 나는 칠흙 같은 어둠마저도 익숙하게 인사하는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내가 참선할 수 있도록 토굴을 내어주신 노승은 아흔이 넘으신 비구니(여자) 스님이었다. 몸은 노쇠함이 역력하지만 깊게 팬 주름 사이로 배어나오는 웃음은 천진난만한 소녀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스님은 40세에 혈혈단신으로 산에 들어와 사찰을 짓기 시작했고, 가지런한 돌담 하나하나는 스님의 인생 역정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차를 마시는 와중에 스님께서 갑자기 “나는 귀로 염불을 혀~!”라고 말씀하셔서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도대체 어떻게 귀로 염불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스님은 두 번만 소리를 내서 염불을 하면, 다음부터는 가만히 있어도 염불이 스스로 염불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뜬소리가 아니다. 40년이 넘게 아침저녁으로 염불을 하다 보니 온몸이 그렇게 반응하게 된 것이다. 뇌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때 처음에는 의도를 가지고 어렵게 시작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익숙해지면 그다음부터는 의도의 강약과 상관없는 자동화 메커니즘이 형성된다. 힘을 들이지 않고 하는지도 모르게 작동한다. 이것을 관장하는 메커니즘은 ‘기저핵(basal ganglia)’으로서 우리가 오랜 시간 숙달된 일을 가장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기제다. 기저핵은 절차와 학습, 습관 형성에 관여하는데, 이것이 각자가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는 것이다.

기저핵은 대뇌피질, 시상, 뇌간, 그리고 다른 여러 뇌 부위와 강하게 상호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생각, 말, 행동은 시간의 흐름을 통해서 점차 자동화된 나를 형성한다. 그래서 오랜 시간이 지났을 때 이것은 너무도 강력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신의 생각, 말, 행동을 항상 주시하고 관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좋은 태도가 형성되어 있다면 우리의 삶은 ‘선순환_virtue circle’을 맞이할 것이고, 안 좋은 태도가 나를 지배하게 된다면 우리의 삶은 ‘고통의 순환_vicious circle’을 경험하게 됨이
자명하다. 그렇다면 운명적인 ‘고통’의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꿀 방법은 없을까?

고대로부터 수많은 선지식들과 철학자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바로 이 문제를 잡고 늘어졌다. 그리고 그들은 한결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다. 단 한 명도 이를 벗어난 적이 없다. 그것은 바로 삶에서 ‘깨어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깨어있다는 것은 자신을 낯설게 볼 수 있는 시선을 갖는 것이다. 이는 세상을 인식하는 눈이 아닌, 그런 나를 지켜보는 시선이다. 그 시선은 본시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고, 그것은 외부가 아닌 내 안으로 깊숙이 들어갈 때만 감응하기 시작한다. 내 안으로 들어가는 계단의 문고리는 ‘고요한 마음’에 있다


C.E.O James Roh (노상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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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가 안 가면, 채찍으로 수레를 쳐야 하는가? 아니면 소를 쳐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