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올 여름, 나는 캐나다에서 한 달을 보냈다. 북쪽 태양의 강렬한 자외선과 긴 오후는 제법 피로감을 주었지만, 한국의 늦가을을 닮은 파란 하늘과 끝없는 숲 지평선이 주는 청량감은 기분을 금방 재충전하기에 충분했다.
난 그런 느낌으로 숲 속 산책을 즐겼다. 처음 숲에 들어섰을 때 들었던 느낌은 위압감과 두려움이었다. 족히 수십 미터에 이르는 즐비한 나무들과, 그 사이로 난 좁은 길은 마치 어둠으로 빨려 들어가는 짐승의 검은 혓바닥 같았다. 한참을 걷다가 다시 갈림길을 만나면 애써 떨친 불안감과 두려움이 다시 엄습해왔다. 나는 가능한 자주 숲으로 들어갔고, 호기심은 매번 다른 길들로 나를 안내했다.
처음에 두려웠던 숲길들이 점점 익숙해지고 서로 다른 길들이 만나고 헤어지고를 거듭할 때, 숲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제야 숲은 포근하게 나를 안아줬고, 나는 평화롭게 숲 속 생명들과 교감하며 하나가 될 수 있었다.
나는 지금 우리가 직면한 시대의 흐름을 보면, 그동안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은 미지의 숲 앞에 서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것은 너무도 위압적이고 두려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지만 우리는 그 숲을 결코 비켜나갈 수 없는 운명임을 잘 알고 있다. 이 정체모를 숲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미지에 대한 강한 호기심과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 용기일 것이다. 아직 아무도 지나지 않은 숲이었다면 우리가 곧 길이 되어줄 수 있다.
오늘날 시장의 변화를 촉진하는 기술의 발전이 눈부시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새로운 일상의 패러다임을 제공할 것이다. 교육은 기존의 온·오프라인의 차원을 넘어 시뮬레이션 중심으로 빠르게 진화할 것이다. 우리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게 될지 쉽게 예측할 수 없지만, 우리의 통찰은 기술 너머에 있는 시대정신(Zeitgeist)을 견지하는데 있다고 본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창조를 ‘서로 다른 컴포넌트들을 연결시켜 맥락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지금 우리가 길 위에서, 다시 길을 물어야 하는 이유는 과거의 경험만으로 엮어낼 수 없는 새로운 맥락을 시대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보편적 정신 '자이트가이스트(Zeitgeist)'는 무엇일까? 교육은 이 시대에 어떤 기능과 역할수행을 소명으로 부여받게 될까?
이러한 질문이 전제될 때, 인간이 가지고 있는 미지에 대한 호기심과 더 높은 가치에 대한 열망,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헌신은 변화의 파도를 넘어
새로운 장(場)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하게 될 것이다.
C.E.O James Roh (노상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