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팬데믹: 새로운 사회의 출현

바이러스는 인류가 깨어나기 훨씬 이전부터 지구에 존재해 왔다. 그들은 우리에게 잠시도 휴전 관계를 제안한 적이 없다. 과거를 벗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데는 항상 고통이 따르지만, 데가주망(Dégagement: 구습과의 결별)의 시작은 언제나 여기서부터였다.

By CARROT 4 min read
글로벌 팬데믹: 새로운 사회의 출현

'코로나 19'는 인류에게 어떤 흔적을 남기게 될까? 세계사는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이 사건을 어떻게 기록하고 평가할 것이며, 앞으로 우리의 미래는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인가? 우리는 지난 몇 개월간 상상도 못할 수준의 불안과 공포, 사회적 스트레스를 감내하며 새로운 생활양식에 적응해야 했다.m이것은 세계적으로 지금도 진행 중이며,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분명한 것은, 인류는 과거에도 이런 고통의 시간을 가로질러 사회적 진화를 해왔다는 것이다.

14세기 유럽에서 창궐했던 페스트(흑사병)는 신앙심의 깊이와 관계없이 인구 3명 중 한 명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는 종교에 대한 인식변화와 함께 봉건 장원제도의 몰락을 초래하였으며, 인본주의로 회귀하는 르네상스의 기점이 되었다. 식민지 시대, 유럽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천연두(홍역)은 잉카제국에 전파되면서 남아메리카 문명의 종말을 야기시켰으며, 대륙을 한 순간에 유럽의 경제식민지로 전락시켰다. 1920년에 대유행한 스페인 독감은 5억 명의 감염자와 1억 명의 치사율을 기록하며 세계사에서 대영제국의 몰락과 미국의 화려한 등장에 서곡이 되어 주었다.

바이러스는 인류가 깨어나기 훨씬 이전부터 지구에 존재해 왔다. 그들은 우리에게 잠시도 휴전 관계를 제안한 적이 없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불특정 개인의 생명을 앗아간다는 것은 공포 그 자체다. 광우병처럼 인지적 환상이 만들어 낸 공포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지난 4 개월동안 20만 명이 넘는 죽음을 목격하며 학습된 공포는 우리의 일상과 사고방식, 사회적 시스템에 강력한 변화를 촉진할 것이다. 과거를 벗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데는 항상 고통이 따르지만, 데가주망(Dégagement: 구습과의 결별)의 시작은 언제나 여기서부터였다.

사회적 거리, 비대면(untact), 온라인 개학, 원격근무, 홈트 등 새로운 개념과 시스템이 이미 작동하기 시작했다. Globalization(세계화)의 가속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 인류는 한 번도 지나온 길을 되돌아 간 적이 없다.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기술들은 글로벌 팬데믹을 경험하며 더 폭넓게 진화할 것이다. 생명과 안전의 가치, 이를 담보하는 새로운 사회로의 갈망은 세계시민들의 공통된 요구가 될 것이다.

지난 몇 개월간 우리는 개인적 차원에서, 그리고 사회적 차원에서 상상도 못했던 경험을 하게 되었다. 가족 간에도 거리를 유지하고 경계해야만 했던 시간. 그리운 사람들이 보고 싶어도 한 번 만나자고 이야기 할 수 없었던 시간. 우연히 반가운 사람을 만나도 악수를 청할 수 없었던 시간. 이렇게 관계가 단절되고, 마음이 얼어붙은 비정상의 시간 속에서 우리 각자는 무엇을 사유하고 얻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언제든 안아줄 수 있고, 소주잔을 기울이고, 악수하고, 맨얼굴로 활짝 웃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야기 하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 인지 새삼 깨달았다. 사람 사이의 단절이 얼마나 메마르고 아픈지 알게 되었다. 이런 마음을 코로나 이후에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다면, 우리의 일상은 강물에 투영된 아침 햇살처럼 반짝반짝 빛날 것이다.

                                                     C.E.O James Roh (노상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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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일어난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두 번 일어난 일은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 『연금술사』중에서